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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30.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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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_ 5,6년 전엔 뭐가 그렇게나 힘들었던 건지. 무엇이 날 그토록 우울하게 만든 걸까? 하는 궁금증이 아직까지도 떠오른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보다 그때가 (감정적으로는) 더 힘들었다. 단편적으로 따지면 생부와의 마찰이라고 어림짐작되지만, 그 이면에 또다른 원인이 싹트고 있었단 추상이 막연하게 남아있다. 대체 수업시간에 왜 운 걸까. 중2가 뭘 안다고 그런 걸까. 세상에서 슬프다는 음악은 누구보다 우월히 꿰차고 있었다. 팝송, 가요, 클래식별로 분류해서 장르당 열댓개씩은 외고 다녔으니. 그 선율과 함께 감정적으로 추락하는 걸 즐겼다. 그당시엔 그랬다. 웃긴 얘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개별곡마다 어느 것이 더 깊은 슬픔을 조장하는지에 관해 순위도 매겨봤다. 포털사이트에서 슬픈 노래 선정하는 폴이 이뤄졌었는데, 중학생이 투표 항목을 전부다 알고 있었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바람직하진 않다고 느껴진다.

사춘기가 저런 쪽으로 기이하게 왔나? 손목에 칼자국이 아직도 흉물스럽다. 3년 정도면 멀쩡해질 줄 알았는데 10년 더 뻐길 태세다. 백일장 대회에서 시를 쓰는데 읽기만 해도 우울감에 휩싸이는 공포스런 작품을 남겼다. 단언컨대 채점하는 쌤들은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대체 어린애가 뭘 안다고 자괴감 풀풀 풍기는 한갓된 글을 써내었을까. 팔각정 아래 그늘진 데에서 나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감정을 이입했기에 스스로는 당당했다. 내가 좋으면 된 거겠지만, 다시금 추억하면 대단히 창피한 일화.

철듦을 수식으로 나타내는 그래프를 그려보면 14-16에서 가장 높은 종모양 개형일 거야. 평생 할 고뇌의 반절은 그시절에 당한 것 같으니까.

의지할 곳이 아무데도 없었다. 죽고 싶었다. 기구한 삶을 살았다. 사실 이런 글을 남길수록 생부 용서하기랑은 거리가 더 멀어져. 나도 알아. 그런데 상처가 너무 깊숙히 찔려서, 지금 잘 아물어온건지도 긴가민가해. 그래서 그런거라면 설명이 좀 되나?

쥐가 나오는 집에 살았다. 내 방에는 곰팡이내가 진동했다. 그래도 공부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아무도 알아주질 않더라. 누가 나를 미약하게나마 부축해줬다면 좋았을텐데.

왜 안 자고 있는지 모르겠다.

환멸감이 들이닥친다.

 지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