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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떨리는 설렘을 바라는 게 낯설어졌다. 두근거림이 익숙치 않다고 해서 단념 자체가 그러한 것은 또한 아니지만. 어쨌든, 만약 지금처럼 무력한 시기에 그 낯뜨거운 감정을 지니면 하루하루 살아가는 행위를 실감할 수 있을까? 생명감을 좀 느낄까나. 불감증일까. 마지막으로 두근거렸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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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요소라는 걸 깨치고 좋게 적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물론 동의한다. 그렇지만 단적인 예로, 천계영씨와 내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 법이다. 그녀는 수용해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같은 일에 반감이 없을 순 없다. 그 이유 하나가 모든 회의감을 물리쳐주진 않아. 그렇지만 차이를 인정해버리면 더욱 나약해지는 것 같기도. 적절한 자세를 골라내는 것은 참 어렵구나. 그래도 패배자 마인드는 싫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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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음 한켠에는 인정하고 있어서, 그래서 기대가 커지는 걸 두려워한 건지도 모른다. 자꾸만 회상하고 미련을 보내고 눈물 삼키며 혼자 청승떠는 짓을 반복하니 나도 내 속을 모르겠다. 다시 마주한다면 좀 다른 의미로 울 것 같다. 그사람을 마주했던 나의 시절이 떠오를까봐?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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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는 개념이 나한테 어떤 의미로써 다가오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찾고 싶다. 위안 받고 위안 해주는.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친구들과 어울려 논 때를 한 손에 꼽을 수 있다. 그게 나에겐 참 달콤했지만 더이상 자의로 얻을 수 없는 것이 되어갔다. 밥 먹으면서 수다떤 적이, 그 느낌이 상당히 아련하다.
좋은 친구가 되는 방법은 점점 배우고 알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가도 조바심에 힘이 빠진다. 일상을 나눌 편안한 사람이 필요해. 가족에게 기우는 짓은 그만두자. 받을 게 상처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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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성격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된 거다. 상황의 일시적 구속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