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9. 02:35

자야지 하고 베개에 얼굴을 묻었는데 한숨이 연거푸 나왔다. 그냥 멍하니 눈물이 났다. 눈 감으면 투둑 떨어지는 그런. 아...
그게 지금 두세시간째. 그런데 감정조절이 이렇게 힘든 적은 또 처음이다. 나 스스로 긍정적 마인드는 도가 텄다고 여겼었는데 죄다 무너졌다.

올해 들어 공허감이 절정에 치닫은 후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고 하면 적절할까. 아니, 이것도 부족한 듯싶다.
이번 겨울은 내내 운 기억밖엔.
내 방에서, 한적한 길에서, 열람실에서, 대로변에서.
노을이 다 지고 어둑해지기 전 푸르스름한 오후
녹지 않은 매연 자욱한 눈길 위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뭐가 나를 이토록 망가트려놓았을까.
웬만하면 꿋꿋이 집어삼키며 걸으려 했다. 길 위에서 우는 걸 반기는 사람은 없다. 나는 울지 않으려 최선을 다 했던 것과, 그럼에도 울분이 기어코 비집고 나왔단 기억밖에는 별다른 잔상이 남아있지 않다.

그때의 삭풍은 매우 시렸고, 어슴푸레한 잿빛하늘은 정말이지 우울했다.

원체 기고만장해서, 자존심 굽힐 줄 모르고 내 머릿속 지식이 최고라, 의지하는 법을 까먹게 된 것 같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나도 정말 위태로운데. 누구보다 온기가 필요한 상황인데..
언제나 주변 무리들 속에서 원치 않았음에도 언니 누나 역할을 했던 게 원인일까. 여태껏 내게 그런 분위기가 너무도 자연스레 조성되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포지션이 익숙한 건 맞다.
더군다나 내 별난 성격때문에, 직설적으로 말하면 눈높이가 다른 부류는 내 쪽에서 먼저 기피했다.
'이러이러한 번뇌들을 설파해봤자 조금도 이해하지 못할 걸 뭐하러.'

그 악순환이 계속되어 지금과 같은 인간관계의 장이 형성됐다. 고리를 끊을 타이밍 잡기란, 휴.


고질적 우울감을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떨쳐내야 잘했다고 칭찬을 들을까.

 지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