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13. 10:29

갓 스물 먹은 주제에 인생 왜 살지, 너 왜 살지 이러고 있다. 의욕이.. 아니 의욕 차원이 아니야.

정말 왜 사는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껏 어떻게 눈뜨고 살아 온건지. 왜 만성 우울증을 앓아야 하는지. 진짜 철든다는 느낌이 대체 뭔지. 정신질환에 기인하는 의욕상실인지 단순 의지박약인지.
뭐하려고 태어난 건지.

계속 이렇게 살아갈 바에야 정리하고 끝내는 게 낫지 않을까?
중2병 애들이 sns 같은 곳에 죽고 싶다는 글 올린 걸 보면 난 정말 같잖았다.
지금의 나도 그렇게 비칠까.

아버지가 계실 땐 아버지만 없으면 참행복이 다가 올 성싶었다. 그분만 시야에 없다면야 어떤 고난도 감수해낼 자 신이 있었다. 자처해서 받아낼 정도였으니까. 그가 죽든가, 내가 죽든가 둘 중 하나뿐이었고, 이윽고 그가 시야에서 멀어졌다. 막상은 행복했다. 사실 행복이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는 잘 모른다. 소소하게는 있겠지. 그런데 인생 전반에 걸친 장황한 행복감이란 거, 그건 나에게 거창한 특권 같았었다.

여태 행복을 영위받아왔는가에 대해 자신하지 못한다. 아버지라는 존재를 지우고 간신히 0의 근사치로 한발 더 수렴한 느낌이지 +의 고양된 행복에 발 디디는 이상은 이상 외의 그 무엇도 될 수 없다. 어차피 주관에 좌우된다 하지만, 나에게는 내 주관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시련을 극복한 게 아니라 외면해버린 거다. 그리고 그 외면받은 대상들이 다시금 눈 앞에 들고 일어선다.

이런 느낌 정말 무섭구나. 소름끼쳐.

외면의 대가를 처절히 치르도록 숨을 압박하는 것 같다.

웃긴 것은, 내가 지금 이 순간조차 또다시 외면하려 든다는 점이다. 후일에 몇 갑절로 되돌아 올 터인데.

호사를 누리겠다는 뜻이 아니다. 제발 정서의 평타만을 치고 싶다. 다른 것을 앗아가도 괜찮으니 0에만 도달하길 보고 있다.

아 정말 나는 구제불능이구나.

의식 없이 울 곳이 간절하다.

 지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