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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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만화책 한 번 빌려보지 못한 나로서는 종이의 질감을 하나씩 느끼면서 침 삼키는 것도 잊은 채 읽어가는 그 경험 - 특히 한겨울에 이불 뒤집어쓰고 귤 까먹으면서 한가로이 즐기는 - 의 부재가 다소 유감이다. 만화책만이 제공하는 어떤 맛, 중독성 같은 걸 모르고 살았다는 게 약간 억울하게도 다가온다.. 그대신 나는 당시 방영해주던 TV애니메이션을 줄창 접했고, 그래서 나에게는 TV매체가 유년시절을 몽땅 저장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직 만화에서 꾀하기 가능한 동심을 안다.
요즘 한창 자라나는 첨단 디지털기기에 가득 노출된 아이들이 만화책의 맛과 아날로그TV 만화의 즐거움을 모른 채로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참 안타깝다. 그애들도 후일에 우리들이 읊는 추억의 회고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으면서 알 수 없는 경험에 한껏 아쉬워할 것이다. 내가 만화책에 품는 알 수 없는 미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