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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하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현기증을 맞닥뜨리고 이마를 짚으며 몸을 추스렸다. 그러면서 손등으로 입술을 툭 스쳤는데 구강조직에 구멍이라도 생긴 듯 아무리 삼켜봐도 출혈이 멈추질 않았다. 수업량을 반도 못 채운 채 샤워실로 향했다. 약품에 절은 풀장 물을 한가득 마신 마냥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나는 것이 못내 버티기 괴로웠다. 더욱이 샤워실 증기에조차 머리가 휘청거리자 맨바닥인 걸 알면서도 그대로 주저앉고만 싶었다. 언젠가 목욕 중에 쓰러져 불규칙하게 뛰는 심박을 딛고 겁에 질렸던 때가 돌연 회상되었다. 혀에서는 피비릿내가 진동했다. 이미 아랫입술을 타고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몸에 무리가 가면 면역력이 급속도로 낮아졌다. 극복하자고 등록한 수영인데 이런 식으로 막힘이 오자 의욕이 다시 들어가는 듯했다. 얼마 안 남은 시험과 면접. 지병을 안고 레이스를 완주해야 하는 나 자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몸상태 등이 엉켜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면 나는 울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없었다면 곧바로 무너져 벽에 기대 울었을 테지. 가족에게 들켜봐야 좋을 것이 없으므로 정시에 맞춰 센터 정문을 나왔다. 보도블럭 위를 밟으면서 몇 번이나 휘청였는지, 차도쪽으로 기울며 어떠한 아찔함을 느꼈는지는 세어보고 싶지조차 않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쉬며 십여 분 쯤 걷자 극에 달한 압박감이 조금씩 해소되는 게 보였다. 그럼 나는 또 생각한다. 매번 이런식으로 혼자서 앓고 해소하길 반복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순간만을 무마하고 있어야 되는지. 이게 정말 옳은 해법인지.

 

 

 지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