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에 와인 처음 배웠을 땐 까르미네르가 그렇게 맛있었다~
칠레 와인임에도 찐한 바디감+과숙된 홍시맛+감초의 한약맛+미세한 자두? 과일향.. + 미국느낌의 잔당감.
난 2만원대에서 이렇게 찐득한 와인이 있다는 게 그당시에 너무 감사하고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마트에서 가끔 행사할 때 럭키비키를 외치며 10병씩 쟁여왔는데..
그후 정신없이 어른이 되어가며 어느 순간 이 와인을 추억에 남겨두다가 7년만에 덥썩 모셨다.
펜션 초입 편의점에서 보관이 엉망인 상태로 날 향해 전파를 쏘더라구..~
반가운 맘에 율러지고 뭐고 순식간에 집어서 3만원 중반대로 결제를 해버렸다.(물론 오빠가 했다^.^)
그날 저녁 수동 오프너로 열심히 따는데 코르크가 말라서 잘 따질 리가 있나..ㅋㅋㅋ 5분동안 끙끙. 곱게 겨우 땀.
오랜만에 마시는 까르미네르는 정말 플랫한 향임에도 뭔가 향수가 팡, 피어났다. 내 20대 중반을 필름처럼 투영시켰다..?라고 오버스럽게 표현해도 될까 모르겠는데, 여튼 난 그랬다. 내 느낌이 중요하잖아? 누구나 애착와인 7년 참고 8년째에 마셔보면 공감할거임.ㅠ 난 대문자 F라서.

그때의 내가 항상 안쓰럽지만, 돌아가고 싶진 않다.
나라는 사람의 거취가 달라질 게 없을만큼 당시에 최선을 다했어서. 그게 내 한계라는 것도 이젠 알고.
그저 어린 내가 그리울 뿐이다. 눈물이 살짝 나고 울컥하는데 사람은 앞을 보며 살아야 하니 너무 감성에 젖진 말자.
까르미네르에 20대를 중첩시킬 수 있음에 고맙게 여기자.

 지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