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것
A는 힘들다.
B는 A의 처지를 안다.
실질적 도움을 주고받을 수 없는 관계라면
이는 무슨 색깔을 띠게 되는 걸까.
예전부터 이 패턴만 겪으면 오는 답답함을 증오했다.
각기 고유해서 타인의 정서가 완전히 이입될 수 없게 만드는 경험치는, 좋게 말할 땐 독창성이고 뒤집어 말하면 교감의 방해기작이다.
A가 짐작할 시 상대 이입도가 수용 가능한 범위가 있을 테다.
특수한 교육을 받거나, 유달리 엇비슷한 경험치가 아니라면 그 선에 안착할 확률은 일반적으로 현저히 낮을 것이고, 막말로, 설쳐대봐야 뭣모르고 까부는 짓거리뿐을 범하는데
그렇다면 차라리 거리를 두는 편이 이도저도 아닌 엉망진창 채도의 희뿌연 색깔를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허례허식 위로나 응원이 몇년 째 불편하게만 보이는 나다.
내가 힘든 데, 진정 이해바랄 만큼의 무게가 아닌 듯하다면, 주변의 어물쩡댐보다는 시야에서 아주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왔다.
그게 가뜩이나 힘든 A가 타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덜 끼치는 방법이고 홀로 앓고 끝낼 수 있는 길이며 원치 않은 상처주기로 괴로움이 가중되지 않는 일이라고 본다.
빈껍데기 위로를 겨냥해 B를 원망하려 작정치 않는 이상은, 금을 확실히 그어줬으면 좋겠다.
혼자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스스로 깨친 경우라면 끝까지 불굴의 집념으로 해소를 하고,
주변의 B들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면 다가가 요구할 바를 명확히 하고,
B또한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캐치하여 적정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그냥 그렇다는 얘기다. 혼자 극복해야 할 문제라 해도, 집단 속의 인간이 잔존하는 감정을 1g조차 들키지 않도록 애쓰는 것은 불가하잖아. 그래도 능력치가 모자란 B는 A의 등을 보며 알 수 없는 자기한탄과 죄책감이 오네.
나도 나 부족한 거 잘 아는데,, 그래도 막상 닥치니까 더더 우울해져. 무능력한 B는 누구를 원망해야 그나마 옳은 걸까.
사실 그냥 이런 거 다 필요없이, 서로 터놓고 얘기하고 잦은 교류를 통해 관계의 색을 규명해나감이 최고다. 혼자 긍긍해보았자.
그렇지만 나도 그렇고, 아직 우리나라 정서는 이 부분에서 문을 닫고, 출입을 금하고, 말을 아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벽을 먼저 부수기란 단순 의욕차원이 아니지. 그래서 더 골치아픈 걸까. 보이지 않는 색은 왜이렇게 조절이 힘든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울증환자의 과거에, 진정으로 교류할 친구 하나만 자리했더라도 증상이 왔을까 하는 의심 비슷한 건 든다. 나도 그랬고.
아님 그런 친구 하나가 없다보니 더더 안으로 들어가 셀프못을 박아버리는 건지도 모르지.
교류를 잘라버리는 일은 A, B 둘 중 누구에게 원인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