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째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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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상에서 비롯된 주기적 침울과 먹먹함이 몸 안 구석에 느리게 축적되는 편이다. 내딴에는 시간차를 두고 무난히 외면한 줄 혼동한 감정인데, 이는 결국 소화되지 않은 채 혈류를 타고서 구석구석 발자취를 남긴다. 그 매캐한 그을음을 닦고 뿌연 먼지를 씻는 의식이 나에게는 혼자 울기인 것 같다. 행할 때마다 검은 연기들이 가슴쪽에 일제히 모이고, 내가 숨을 내쉬며 울면 호흡과 아울러 배출되는 느낌. 필시 고독을 곱씹는 버릇 사이에서 피어난 악습이다. 가족은 괴로워하는 내 모습을 방관하며 못내 안쓰러워 하지만 이보다 더한 후련함이 오는 행위를 찾지 못하는 까닭에 느닷없이 그만둘 수가 없다. 그리고, 요즘에 와서 이 주기가 아주 규칙적여지고 있다. 해당되는 직관이 찾아들면 다 끝날 때까지는 나도 버텨가는 내가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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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소설에 등재된 로맨스소설 하나를 읽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쇼핑중독인 주인공이 정신과상담을 통해 고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이 궁금하여 몇 주 챙겨보았다. 그러나 그 설정은 남녀를 잇게 하는 목적에 지나지 않았고, 한 두 페이지의 묘사로 연출이 끝나버렸다. 그 뒤로는 엎치락 뒷치락 갈등 속에서 남녀가 연애하는 전개. 처음의 의도와 핀트가 어긋났지만 그래도 계속 읽어나갔다.
알고보니 남자는 - 정신의학과 박사라는 신분임에도 - 꽤 심각해보이는 자폐증 환자. 거기다가 모든 건 운명에 기반을 둔 우연적 만남이 아닌 계획에 의한 일방적 접근이었고.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2006)은 외로움을 앓지만 연애하기를 겁내는 대학 교수와 오피스텔 아랫층 여자의 사랑을 그린 작이다. 줄거리 상식이 전무한 채로 감상했는데 중반부쯤 가니 벙찌게 하는 한 방을 터뜨리더라. 그 여파로 결말까지 흐물흐물 마무리돼버린다.
두 작품의 교집합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하여 온전하고 성숙한 사고방식이 곤란한 인물이 등장하며, 그 결점이 서로의 이해도가 발전함에 따라 서서히 보완되어진다는, 아름답고도 훌륭한 사랑예찬론인 듯하다(?).
마지막이 물음표인 이유는 우선, 소설의 경우 완결나지도 않았지만 그 전에 읽는 것을 중도포기해야 했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절정이 치닫기도 전 관둘까 수백 번의 고민이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째서 갖가지 미디어를 통해 죄책감에 허우적대기만을 반복하는지. 이같은 레퍼토리의 로맨스물은 당장 흔해빠졌기 때문에 고르는 데 있어서 매우 신중해져야 할 의무를 느끼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요지는 비단 우울증 등과 같은 필시 정신질환을 겨냥하는 것뿐이 아니다. 어떤 관계든 시작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라, 적어도 건전한 그것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시간을 공유한 양에 비례하여 이해하는 노력, 근절이 아닌 일말의 의지는 지녀야 했었고,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어림할 수 없는 사실을 등한시는 하지 말아야 했다.
내 판단의 오류가 스스로를 저질인 인간으로 강등시켜버린 기분. 두 번 다신 같은 짓을 일삼지 않을 거다. 마음 무거워지는 그런 게 정말로 싫다.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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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일어나는 첫 느낌은 몸이 나무토막인 마냥 뻐근했다. 그덕에 수영을 째고 싶다는 충동이 강렬하게 왔지만 어젤 기점으로 주 6회 수영하기를 이달의 목표로 삼은 자신을 하루만에 책망할 순 없는 일.. 토요일은 시간제약이 없어서 한 시간 반쯤 채우고 귀가했다. 내일 휴식기를 하루 부여한 다음, 월요일부터 또 빠지지 말아야지. 10월 간 평영까지 익혔으니 11월엔 자세교정과 접영까지 모조리 숙지할 거야. 너무 속성으로 배워버리니까 내가 오리발을 언제 낄 수 있을지가(예상은 빠르면 늦봄 정도?) 약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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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둘째주 : 수능
셋째주 : 서울대 1차 발표
넷째주 : 서울대 구술면접
다섯째주 : 수능 성적표 배부
12월 첫째주 : 서울대 수시 발표
매주가 퀘스트의 연속이긴 해도 12월 둘째주부터는 정말 자유다. 자유이고 싶다. 그동안 못 놀았던 - 단언컨대 [못놀은]이 아니라 [못 놀은]임 - 것들 다 보상받아야지. 제일 하고싶어 근질거리는 목록은 드로잉과 악기연주라는♡ 더 갖다붙이자면 텝스를 위한 영어공부까지. 그리고 임학. 서울대는 어서 나를 모셔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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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소서 정말 괜찮은 거 같다. 합격 전까지는 자뻑 상태로 있자.ㅎ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