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_ 2013. 5. 7. 17:46

잠에서 깨 홀드버튼을 누르니 보여지는 숫자에 머리가 아찔했다. 침대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그것 나름대로 가관이다. 랩탑 양 옆으로 산처럼 쌓인 휴지들과 껍질이 바싹 마른 방울토마토, 현금 삼만 원과 동생이 하복을 사고 나서 돌려준 신용카드, 접힌 휴지심과 새 두루마리 휴지가 들어온다. 일방적으로 맞은 것처럼 온 몸이 뻐근하다. 키보드를 누르는 손가락까지 내 몸이 아닌 듯하다.

작년과 날짜까지 똑같다. 추가된 거라면 철이 1년 더 듦에 따라 비례한 절망감의 확장. 더 타버린 속마음. 형상화되는 주변감은 현실에서 사신의 낫 같은 흉기를 마주하는 정도. 거실 창가로부터 내 몸 닿아 부서지는 햇빛은 따스했으나 정작 마음은 옛부터 태풍이 몰아쳤다. 이런 느낌 잘 알지. 무력의 수렁에 빠진 듯함. 그래서 작년엔 약을 먹었나보다. 회상하기 끔찍하다. 지금의 나는 그때 못지 않은 괴로움을 당면 중이다. 몇 개월 지나서는 5월의 자신이 한심의 끝을 기었던 인간으로 보였는데, 다시금 치닫으니 아주 이해 안 가는 것도 아니다. 눈 앞에 놓여있다면 여지없이 집어삼키고 들겠다.

이럴 때마다 또다시 혼잣말로 상처받지 않기 위한 재기를 도모하는 사이클을 밟는다. 작년에도 이 일만큼은 빗장을 세우고 대했다. 연애소설을 읽으면 그가 아스라이 떠오르긴 하지만 억지 매개에 인한 단발성 회고일 뿐. 당시에는 그와 내면을 공유할 수 없음이 참 안타까웠다. 하지만 나는 가장 좋아하는 이에게 자존심의 바닥을 내비칠 만큼 깡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대상은 친구도 마찬가지. 고독을 자처하는 성격이란 걸 알지만서도 차라리 혼자 외롭고 말지, 가 택해지는데. 묘안이 없다.

근 3일 간 너무 울었다. 저녁에 올 택배 수령이 걱정될 만큼 눈이 부을 격으로 하염없이 울었다. 그래 내가 올해는 너무 울었네.

누군가 내게 지금이 과도기란 사실을 명시할지언정 끝이 안 보이는 심정인데 그게 위로 따위로 다가올 리 없다. 하여간 답이 없다. 너무 아픈 몸도, 흐르는 눈물도, 극에 달한 외로움도, 세상은 무심하다 말하는 듯 빼어나게 화창한 날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