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diary

1월 첫째주

지민_ 2014. 1. 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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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시작을 친구와 보냈다. 31일의 점심은 물론 가족들과 들었고, 오후쯤 충동적으로 약속을 잡아 산본역으로 갔다. 처음 밟는 그곳은 생각보다 넓고 화려했으며 특히, 예전의 부평 번화가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었다.

 

심야카페라는, 계획에 없던 낯선 곳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일은 어떤 이질감을 연상케 했는데, 올해가 영영 과거로 남는단 사실에 내가 너무 과한 의미를 부여하려 했던 탓인지도 모른다. 가족들이 거실에 모여 서른세 번의 종소리가 울리는 동안 한 해를 반성하던 그 숙연한 의식이 서려 있어서일까. 주스와 과자가 놓인 테이블에서 타지의 친구와 깔깔대며 즐기는 영상통화. 무거움과 엄숙함 따위 뒷전이던 당시의 새해 전야는 마치, 이번해를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며 살 필요 없다는 개시를 우회적으로 당면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줄이면서 보낸 2013의 마지막 밤은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여태 쇠한 가치관을 산뜻하게 재정비라도 해야 할런지 고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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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에게 온 근2년만의 문자는 내 걱정샘을 깨트리고 말았다. 다음날, 메신저로 한층 심오한 얘기를 나눈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자는 아름다운 결말로 대화를 맺었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했다. 내 정신조차 부여잡기 힘든 실정에 상대를 포용해내려는 의지가 차게 식지 않았을리 만무하다. 나는 은연중에 한 걸음 거리를 두고 물러날 기회만 엿보았다. 인간성이 쓰레기라고 언질해도 할 말은 없어.

 

S의 진심어린 고백은 마음에 잘 안착됐다. 그게 어떤 색을 띠는 감정이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 거며, 내가 어떻게 답해야 할지 너무나도 분명한 감정이었다. 다만, 서로가 너무 힘든 상황이 싫을 뿐이다. 저울마냥, 내 삶의 무게가 가중되면 반대편 저울이 그 짐을 덜어주고, 상대의 그것이 가중되면 내 위에 덜고. 내 머리에 그려지는 이상의 그림은 이러한데. 우린 각자의 짐이 접시에 넘칠 만큼 올려져 온전한 심리를 찾지 못하는 실상이니까. 두 사람의 정서가 정도를 벗어나있는 상태에서 관계의 탑을 과연 어디까지 쌓을 수 있을까. 이것이 일리있는 회의라고 자신하는 이유는 바로 이전 사례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았으니. 그러니 신중해질 수 밖에..


+)결론이 빠졌구나, 그래서 요는, 지금의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공부에 최선을 갖다바쳐야겠다고 느꼈다. 현재는 가족의 신뢰와, 친구 3명, 방향을 좁히는 집념 이외의 그 무엇도 필요치 않다. 나 자신이 소름끼칠 만큼 곧은 다짐을 일요일 내내 곱씹곤 했다. S에게도, 다른 이에게도 누를 범하지 않는 결정이라고 본다. 그에겐 감사하고, 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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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버디버디에서나 유행할 법한(실제로도 그랬던) 친구문답. H가 데이비 어플에 올려주었다.

옛날 생각 나면서 귀엽기도 하고 기분전환도 되고. 좋았다. 좀 장난식 답도 있지만 애교니까..ㅋ 하지만 첫사랑은 네가 아니야. 음하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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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더이상은 힘들지 않게,

괴롭지 않게,

나 작년이 충분히 힘들었으니까,

더이상 가슴 미어져 우는 일 없게.

씩씩해지는 게 새해 소망.